시사/경제

“마일리지를 부탁해”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3.5조 마일리지의 운명은?

lifepol 2025. 6.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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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를 부탁해”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3.5조 마일리지의 운명은?

2025년 6월 12일,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하며 또 한 번 항공업계 전체가 요동쳤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지 반년, 2,000만 명의 고객들이 보유한 마일리지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두고 끝없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제출은 곧 반려라는 결과를 낳았다. 공정위는 이 안이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수정 및 보완을 요구했다. 단순한 서비스 통합 수준을 넘어, 3조 5천억 원에 달하는 회계적 부채와 소비자 신뢰, 그리고 항공사 간 브랜드 정체성까지 걸린 민감한 사안이 지금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아래에서는 대한항공의 통합안 제출 배경부터 공정위의 반려 결정,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둘러싼 논쟁, 소비자 반응과 향후 전망까지 이 사안을 둘러싼 흐름을 자세히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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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된 통합안, 이유는 단 하나: “공정하지 않다”

2025년 6월 12일,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안을 공정위에 공식 제출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6개월 이내에 통합안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제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공정위는 이 안을 반려했다.

반려의 핵심 사유는 아시아나 이용자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이다. 마일리지 제도 변경이 2019년 말보다 불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2022년 시정조치 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합안이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번 통합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소비자 권익과 여론, 정치권의 의견까지 반영해 엄격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3조 5천억 원, 마일리지는 ‘미래의 약속’이다

마일리지는 단순한 적립 서비스가 아니다. 항공사 회계상에서는 이를 사용되지 않은 부채로 기록한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합산하면 3조 5,724억 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전체 순자본 대비 40%를 넘을 정도로 무게감 있는 부채다.

2025년 1분기 기준,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약 2조 6,205억 원, 아시아나는 9,519억 원이다. 마일리지를 통합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가치가 책정되느냐에 따라, 항공사의 재무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재무가 아니라 신뢰다. 마일리지는 소비자에게 ‘미래의 항공편’을 살 수 있는 하나의 금융 자산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소비자의 불만은 불가피하다.

1:1이냐, 1:0.7이냐… 불붙은 통합 비율 전쟁

통합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행을 통해 쌓는 탑승 마일리지와 신용카드나 호텔 제휴 등을 통해 적립되는 제휴 마일리지다.

탑승 마일리지는 거리 기반 적립이기 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큰 차이가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탑승 마일리지는 1:1로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에어프랑스와 KLM의 합병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제휴 마일리지다. 대한항공은 신용카드 사용 1,500원당 1마일, 아시아나는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된다. 결과적으로 같은 소비 금액이라도 아시아나 이용자가 더 많은 마일리지를 쌓아왔다. 이를 대한항공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낮은 가치를 받게 된다.

대한항공은 내부적으로 1:0.7 전환 비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검토했으며, 국회 입법조사처는 1:0.9 비율을 제시했다.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X에서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0.7로 바꾸면 강도 수준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대한항공 고객들은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더 비싼데 왜 1:1이어야 하냐”며 반발했다.

양측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공정위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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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운영의 유예기간, 소비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를 인수하며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통합’은 아니다. 2026년 말까지는 두 항공사가 별도의 브랜드로 유지되며, 마일리지 프로그램도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적립된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여전히 사용 가능하다. 아시아나 탑승은 물론,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등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편 예약도 가능하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26년 말, 마일리지는 대한항공의 스카이패스로 전환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전에 마일리지를 다 쓰는 게 유리할지, 아니면 전환을 기다려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시아나의 전략, 마일리지를 써달라

아시아나항공은 통합 전까지 마일리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소진 유도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아시아나의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0.9% 감소했다. 이는 일정 부분 마일리지 사용을 유도한 결과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인천-로스앤젤레스, 인천-뉴욕,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마일리지 전용 항공편을 편성했고, 7월 중순에는 김포-제주 노선에 60편의 마일리지 전용편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또한, ‘OZ마일샵’을 통해 가전, 식음료, 여행 상품 등 다양한 제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품절된 상품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살 것도 없고 탈 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공정위의 판단, 무게 중심은 소비자 쪽

공정위는 6월 12일 대한항공의 통합안을 단칼에 반려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나 이용자에게 불리한 전환 비율이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정위는 이미 2022년 기업결합 승인 시, 2019년 말 기준보다 마일리지 제도를 불리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번 반려는 그 기준이 철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X에서는 “공정위가 소비자 편에 섰다”, “1:0.7 비율 때문에 거절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 공정위가 일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는 분열, 가성비와 공정성의 충돌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오래 보유해온 고객들은 당연히 1:1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들이 더 많이, 더 빨리, 더 넓게 마일리지를 쌓아왔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한항공 고객들은 자신들이 쌓아온 마일리지가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만큼, 동일 비율 통합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마일리지 소진이 어려운 현실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불만은 양쪽에서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0년 유효기간을 가지며, 2008년 이후 적립된 상당수 마일리지가 2025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소멸된다는 점이다. 결국 통합 전 마일리지를 쓰지 못하면 소비자는 실질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외부 컨설팅도 동원, 기업의 신중한 접근

대한항공은 단독으로 통합안을 만든 것이 아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와 협력해 양사 마일리지의 가치 평가와 전환 기준을 분석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며, 그 과정에서 수치와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안건을 전원회의에 회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여론의 민감도와 마일리지의 자산성을 고려할 때, 매우 엄격한 심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고지, 2026년 말 통합 전까지의 과제

대한항공은 이번 반려된 통합안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2026년 말, 통합 항공사 출범 이전까지 최종 승인을 완료해야 한다. 그 사이,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운영을 이어가며, 소비자들은 기존 마일리지를 적절히 소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전용 항공편 좌석은 한정돼 있고, 마일샵 품절도 잦다. 소비자들은 “그냥 지금 마일리지 다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공정위가 1:1로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결론: 통합은 시간문제, 갈등은 지금 진행형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은 단순한 시스템 전환이 아니다. 이면에는 기업의 재무전략, 소비자의 권익, 정책의 균형감각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제휴 마일리지 전환 비율은 가장 민감하고, 동시에 가장 큰 논쟁의 불씨다.

공정위는 아시아나 고객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엄격한 심사를 예고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그 요구에 따라 보완안을 다시 내놓아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2026년 말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2,000만 명의 소비자는 그날까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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