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더 내도 손주에게 증여? 세대 생략 증여가 인기 있는 이유
최근 부유층 사이에서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 생략 증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부모 세대를 생략하고 조부모가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방식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방식이 일반적인 증여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대를 생략하면 세금이 더 붙습니다
기본적으로 조부모가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증여할 경우, 세법상 ‘할증 과세’가 적용됩니다. 이는 조부모가 자녀(부모)를 거치지 않고 손주에게 증여하면 세대를 하나 건너뛰는 것이므로 30%의 추가 세율이 붙게 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자녀에게 1억 원을 증여할 때 증여세가 1,000만 원이라면,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같은 금액을 증여할 경우 약 1,30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게다가 증여 금액이 20억 원을 넘으면 할증 세율이 40%로 상승합니다. 이 경우 전액이 40% 할증 대상이 됩니다.
이처럼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세대 생략 증여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증여 주체가 다르면 세금 계산도 달라집니다
세대 생략 증여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세금의 계산 방식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세법은 증여를 받는 사람, 즉 수증자를 중심으로 세금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직계 존속과 그 배우자, 즉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각각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합산 과세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1억 5천만 원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1억 원까지는 10% 세율, 그 이상은 20% 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1억을 증여하고, 할아버지가 따로 1억을 증여하면 이 두 금액은 합산되지 않아 각각 10% 세율이 적용됩니다. 물론 할아버지의 증여에는 30%의 할증이 붙지만, 여전히 아버지·어머니가 함께 증여한 경우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까지 참여하면 합산 없이 여러 명이 나눠서 증여할 수 있어 세금을 분산하고 절세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증여세 낼 돈도 따로 증여할 수 있습니다
증여세 자체도 큰 돈이기 때문에 자녀나 손주가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세금 낼 돈조차 증여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도 분리 증여 전략이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시가 5억 5천만 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약 9천만 원 정도 나옵니다. 자녀가 소득이 없으면 이 세금도 아버지가 대신 내주어야 하는데, 이 비용까지 증여로 처리하면 또 추가 증여세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세금 낼 돈은 다른 조부모가 증여해 주는 방식으로 나누면 세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부동산을 증여하고, 할아버지가 증여세 낼 자금을 따로 증여하는 식입니다. 또는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양동 작전’을 쓰면 전체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세대 생략 증여 활용
최근 부동산 가격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억 단위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시가 약 9억 2천만 원의 아파트를 증여할 경우 세금만 2억 원 가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세금까지 감안하면 11억 원 이상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세율도 30% 이상입니다.
이럴 때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할머니, 외할머니까지 각각 1억~2억 원씩 나눠서 증여하게 되면, 세율은 각각의 낮은 구간으로 분산되어 절세가 가능합니다. 실제 세대 생략 증여는 증여 가액이 평균 1억 4천만 원 수준으로 일반 증여보다도 규모가 큽니다. 이는 부유층이 자산을 손주 세대로 빠르게 이전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자산을 증여할까? 요즘엔 부동산보다 금융 자산
과거에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증여가 많이 이뤄졌지만, 최근 세대 생략 증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자산은 금융 자산입니다. 이는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의 경우 유사 매매 사례가 많아 세금 산정이 명확하고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융 자산은 평가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매매가 필요 없으며, 현금성 자산이나 주식, 채권 등으로 나눠 증여하기 쉬워 최근 증여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언제 증여하는 게 가장 좋을까?
세법상 증여는 10년 단위로 합산하여 계산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빨리 증여를 시작하면 10년 후 다시 증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손주가 1살일 때 증여하면, 11살에 다시 증여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18살에 처음 증여하면, 다음 증여는 28살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출생하자마자 주민등록번호가 나오면 바로 증여를 시작하는 조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돌 선물, 입학 선물 등 명분을 붙여 자연스럽게 증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 더 많은 세금을 내더라도 전략적으로 유리한 세대 생략 증여
결론적으로 세대 생략 증여는 표면적으로는 세금이 더 많이 붙는 불리한 방식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증여 주체를 분산하고, 세율 구간을 나눠 활용하며, 증여세 납부 자금을 따로 증여하는 전략을 통해 전체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법의 구조와 증여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세대 생략 증여는 장기적으로 자산 이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조부모들이 손주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선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