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비행 6분, 영원한 침묵: 포항 초계기 추락 사고

lifepol 2025. 5. 3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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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6분, 영원한 침묵: 포항 초계기 추락 사고

평온했던 포항의 하늘

2025년 5월 29일, 경북 포항의 하늘은 평소와 다름없이 맑았습니다. 북동풍이 초속 5.4m로 부는 가운데, 기온은 18.8도, 습도는 73%로 비행에 적합한 날씨였습니다. 포항경주공항 근처에서는 해군 항공사령부 소속 P-3C 해상초계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초계기는 제주에서의 훈련 일정을 소화한 후 포항에 잠시 들른 상태였습니다. 승무원 4명은 숙련된 조종사와 부사관으로, 일상적인 이착륙 훈련을 수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행은 단 6분 만에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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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시작: 이륙 6분 만의 추락

오후 1시 43분, P-3C 초계기가 포항 해군기지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고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이 기체는 해상 감시와 대잠수함 작전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잠수함 킬러"로 불리는 항공기였습니다. 훈련 일정에 따라 포항경주공항 주변을 선회하며 착륙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오후 1시 49분, 이륙한 지 불과 6분 만에 기체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야산에 거의 수직으로 추락했습니다.

추락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굉음이 주변 마을을 뒤흔들었습니다. 목격자들은 "가스통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고 전했으며, 일부는 "비행기가 좌우로 요동치며 갑자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고 증언했습니다. 사고 지점은 포항공항에서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야산 중턱으로, 근처에는 688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습니다.

승무원의 마지막 선택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항공기 잔해 속에서 탑승자 4명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초계기에는 소령 1명, 대위 1명, 중사 2명 등 총 4명이 탑승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박모 소령(33세), 이모 대위(29세), 윤모 중사(26세), 강모 중사(24세)로, 모두 해군 항공사령부의 정예 요원들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군 당국은 사고 몇 시간 만에 4명 전원이 사망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추락 직전 초계기의 움직임이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기체는 민가를 향해 날아오다 마지막 순간 방향을 틀어 약 20m 떨어진 야산에 충돌했습니다. 이는 조종사들이 끝까지 민간인 피해를 막으려 노력했음을 시사합니다. 한 승마장 관계자는 "비행기가 민가 쪽으로 오는 듯했지만, 방향을 바꿔 야산으로 향했다"고 전했습니다. 군은 이 기종이 비상 탈출 장치가 없는 구조라 조종사들이 기체를 끝까지 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비극 속에서도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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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혼란과 구조 작업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포항시는 즉각 비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17대, 소방헬기 2대, 인력 4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추락으로 발생한 산불은 인근 컨테이너 3동을 태우며 확산 위험이 있었지만, 다행히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는 항공기 잔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은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기체가 심하게 훼손됐다"고 전했습니다.

경찰과 해군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목격자 진술과 잔해를 수집했습니다. 주민들은 "평소 이착륙 훈련을 자주 보던 곳인데, 그날 비행기는 비정상적으로 낮게 날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신정3리 이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연기를 보고 현장에 도착했는데,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동해면장은 "큰 소리는 못 들었지만, 연기가 난다는 전화가 여러 통 왔다"고 덧붙였습니다.

P-3C 초계기: 해군의 눈과 귀

이번 사고의 주인공인 P-3C(또는 P-3CK) 초계기는 해군의 핵심 자산입니다.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이 기종은 1994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 해군에 도입됐으며, 현재 포항과 제주 기지에 15대가 운용 중입니다. P-3C는 소노부이(음향탐지부표)와 자기이상탐지기(MAD)를 통해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전자광학·적외선 센서, 레이더 등으로 해상 감시를 수행합니다. 특히 동해처럼 수심이 깊고 중국, 러시아, 일본의 잠수함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2017년 한미연합훈련에서 P-3C는 러시아 잠수함을 70시간 이상 추적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전과를 세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1대가 완파되며 해군의 P-3C는 15대로 줄었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초계기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한국의 해상초계 임무를 원활히 수행하려면 최소 32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최근 P-8A 초계기 6대를 추가 도입했지만, 여전히 자원 부족은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사고 원인: 미궁 속으로

현재까지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해군은 참모차장 주관으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최성혁 참모차장을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로 급파돼 상황을 직접 지휘했습니다. 초기 조사에 따르면, 기체는 착륙을 위해 선회하던 중 갑작스럽게 방향을 틀어 야산으로 돌진했다고 합니다. 기상 조건은 양호했으며, 기체 결함이나 조종 실수, 외부 요인 등 모든 가능성이 열린 상태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P-3C의 노후화와 과부하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 기종은 도입된 지 30년 가까이 됐으며, 3면이 바다인 한국의 광활한 해역을 감시하기에는 대수가 부족합니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은 조사가 끝나야 알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올해 들어 군용기 사고가 잇따르자 군 기강 해이 문제를 지적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충격과 반응

포항 지역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사고 현장 근처 아파트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굉음과 연기에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한 주민은 "평소 비행기 소리에 익숙했는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긴급 메시지를 통해 "소방, 행정, 군과 협력해 인명 구조와 화재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고 소식이 전국으로 퍼지자, 온라인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X 게시물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동시에 "군 장비의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비극을 넘어, 군의 운용 체계와 장비 관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과거와의 연결: 반복되는 비극

놀랍게도, 이번 사고는 24년 전인 2001년 육군 CH-47 헬리콥터의 올림픽대교 추락 사고와 묘한 공통점을 가집니다. 두 사건 모두 훈련 중 발생했으며, 민간인 피해는 없었지만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군용기 사고는 드물지만, 발생할 때마다 큰 파장을 일으킵니다. P-3C는 도입 후 2005년과 2015년에 각각 "무사고 10년", "무사고 20년" 기록을 세웠지만, 30년 차인 2025년에 기록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미래를 위한 교훈

이번 사고는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군용기의 노후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충분한 대수의 초계기를 확보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유사한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떤 안전 조치를 강화해야 할까요? 해군은 사고 직후 모든 P-3C 초계기의 비행을 중단하고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조치일 뿐,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고 당일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탑승자 구조와 피해 조사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군은 유가족 지원과 사고 원인 규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숨진 장병들의 시신은 포항 해군병원으로 이송돼 신원 확인 후 유가족에게 인계될 예정입니다.

하늘을 지킨 영웅들

포항의 야산에 추락한 P-3C 초계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해군의 눈과 귀였으며, 나라를 지키는 사명을 다짐한 4명의 장병이 탑승한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민간인을 지키려 애썼고, 하늘에서 영원한 침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비극은 우리에게 군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웁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박모 소령, 이모 대위, 윤모 중사, 강모 중사. 그들은 포항의 하늘에서,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비행할 것입니다. 사고의 진실이 밝혀지고,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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