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치가 무시한 경제의 법칙, 징벌적 과세가 서민의 눈물로 돌아오는 이유

lifepol 2026. 3. 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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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전쟁이 남긴 상처, 96퍼센트라는 차가운 숫자의 경고입

정치적 구호가 경제적 실리를 앞설 때 발생하는 비극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의 저명한 연구 기관인 킬세계경제연구소(IfW)가 내놓은 보고서는 전 세계 경제학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책골: 관세는 누가 내는가'라는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관세 정책의 성적표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총 4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무역 데이터 2,500만 건을 이 잡듯 뒤졌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감당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실제 외국 수출업체가 흡수한 비용은 고작 4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96퍼센트의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미국의 수입업자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이는 경제학의 ABC라고 할 수 있는 시장 원리가 정무적 판단보다 훨씬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러시아와의 교역 문제로 50퍼센트의 고율 관세를 얻어맞은 브라질과 인도의 사례를 보면 더욱 명확합니다. 대미 수출량이 최대 24퍼센트까지 급감하는 와중에도 수출 단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즉, 외국 기업은 가격을 깎아줄 생각이 없었으며, 그 세금은 결국 물건을 꼭 사야만 하는 미국인들의 몫이 된 것입니다.


조세 귀착의 원리, 세금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곳으로

경제학에는 __조세 귀착(Tax Incidence)__이라는 냉정한 이론이 있습니다. 세금 고지서에 누구의 이름이 적혀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세금을 최종적으로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담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는 바로 __가격 탄력성__입니다.

물건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중, 상대적으로 대안이 없고 절박한 쪽이 세금의 대부분을 짊어지게 됩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외국산 부품이나 생필품 없이는 생활이나 생산이 불가능했기에, 관세라는 통행료를 대신 지불하면서까지 물건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에서 __공급의 법칙__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세금은 임대료나 인건비와 같은 생산 원가의 일부입니다. 원가가 오르면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 본능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로 2,000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다고 기뻐하는 동안, 미국 기업들은 마진 감소에 허덕이고 소비자들은 치솟는 물가에 비명을 지르게 된 배경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증세, 집주인에 대한 징벌이 임차인의 재앙이 된 배경

미국에서 벌어진 관세의 자책골은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기시감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보유세 및 종부세 강화 정책은 그 목적이 뚜렷했습니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려 매물을 유도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설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관세가 수입업자에게 전가되었듯,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과도한 세금은 __임대료 인상__이라는 형태로 세입자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집주인들은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월세나 전세 보증금에 얹어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특히 서울의 가포나 장안동 같은 핵심 주거지, 그리고 재건축이 진행 중인 단지들처럼 대기 수요가 탄탄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도드라집니다. 세입자들은 직주근접과 교육 환경 때문에 해당 지역을 떠나기 어렵습니다. 즉, __주거 수요의 비탄력성__을 이용해 임대인들은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손쉽게 넘길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는 다주택자를 잡으려던 정책의 화살이 결국 평범한 무주택 서민들의 심장을 꿰뚫는 결과로 이어졌음을 의미합니다.


하버거 모형이 증명하는 진실, 세금은 생산 비용의 상승일 뿐

전설적인 경제학자 아놀드 하버거(Arnold Harberger)가 제시한 일반균형 모델을 보면, 자본에 부과되는 세금이 어떻게 노동자나 소비자에게 전가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은 하나의 자본입니다. 이 자본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세금)이 급격히 상승하면, 자본가는 수익률을 보존하기 위해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거나 투자를 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 비중이 급증하는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집주인들이 매년 날아오는 거액의 종부세 고지서를 처리하기 위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려다 보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여 세입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정부는 집주인들의 탐욕을 탓하지만, 이는 시장의 생리입니다. 미국의 관세 데이터가 보여주듯, 전 세계 어디에서도 공급자가 세금의 100퍼센트를 온전히 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버거 모형은 공급이 제한된 시장(서울 도심 등)에서 세금 인상은 90퍼센트 이상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된다는 점을 명확히 시사합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부자에 대한 분노가 정책이 될 때의 위험성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외국이 관세를 부담한다는 주장을 __신화__라고 못 박았습니다. 데이터는 미국인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정반대의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역시 관세는 결국 수입국 국민의 짐이 된다고 일갈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계층에 대한 증오나 징벌적 의도를 담은 정책은 반드시 부작용을 낳습니다. 세금이라는 이름의 몽둥이를 휘두를 때, 그 몽둥이에 맞는 사람은 고지서 수령인이 아니라 그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라는 사실을 데이터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수사와 달리, 징벌적 관세나 징벌적 부동산 세제는 대상이 되는 상대방을 굴복시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경제 생태계 전반의 비용을 상승시켜 국가 경쟁력을 해치고 서민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킬 뿐입니다. 미국 정부가 관세로 올린 수입이 국민들의 고물가 고통보다 크지 않듯, 한국 정부가 거둬들인 부동산 세수가 국민들이 겪는 주거 불안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을 이기려는 정책이 아닌, 시장을 살피는 정책이 필요

이제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세금은 정의를 실현하는 만능 도구가 아닙니다. 관세가 수입품에 붙는 소비세가 되었듯, 과도한 부동산 세금은 주거 서비스에 붙는 __주거 소비세__로 변질되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자책골을 넣었듯이,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부동산 증세는 대한민국 서민 경제에 뼈아픈 실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 공급을 막고 세금을 올리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규제를 완화하여 공급을 늘림으로써 세입자의 선택권을 넓혀주어야 합니다. 세입자에게 대안이 많아질 때(수요의 탄력성이 높아질 때), 비로소 집주인은 임대료에 세금을 전가하지 못하고 스스로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는 도덕이 아니라 숫자로 움직입니다. 킬연구소의 보고서가 전하는 96퍼센트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겨야 합니다. 정치가 시장의 순리를 거스르려 할 때, 그 대가는 언제나 가장 선량하고 힘없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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