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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선 경전철, 1년 4개월의 연기와 그 이면의 이야기

lifepol 2025. 6. 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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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 멈춰선 시간

- 동북선 경전철, 1년 4개월의 연기와 그 이면의 이야기

서울 동북권의 숙원 사업으로 불리는 동북선 경전철. ‘왕십리에서 상계까지 25분’이라는 슬로건 아래 큰 기대를 모았던 이 노선이, 개통 연기라는 장애물에 부딪혔습니다. 이제는 2026년이 아니라 2027년 11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16개월의 시간에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사정이 얽혀 있습니다. 한 노선이 가지는 상징성과 실질성, 공사 현장의 속도와 재정의 무게까지, 동북선 경전철은 단순한 철도가 아니라 도시의 구조를 다시 쓰려는 시도입니다. 이 글은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러나 새롭게 읽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멈춰 선 약속, 개통 연기의 배경

2025년 3월 14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은 공식적으로 개통 연기를 발표했습니다. 동북선 경전철은 당초 2026년 7월에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새로운 목표는 2027년 11월로 정해졌습니다.

단순히 한두 달이 아닌 1년 4개월의 연기.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차이가 아닙니다. 핵심 원인은 공사의 느린 진척 속도입니다. 2021년 7월 착공 이후 2025년 1월까지의 공사 진척률은 49.3%. 반 이상이 진행돼야 할 시점에 절반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진척률만이 아닙니다. 시공을 맡은 **동북선경전철(주)**는 현재 약 2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공사비 증가, 민원 대응, 기존 시설물 이설 등의 요소들이 얽히며 자금 흐름이 막혔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에, 재정적 불안정은 곧 전체 일정에 직격탄을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사 일정과 적자 문제는 결국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시간은 늘어나고, 돈은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간단하지만 절박한 상황이 지금 동북선이 처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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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오래전부터: 지하철 12호선의 잔상

지금은 ‘경전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 노선의 뿌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처음 구상됐던 이름은 서울지하철 12호선.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 무기한 연기됐고, 이후 한동안 잊혀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 다시 조명이 시작됐습니다. 2008년 서울시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경전철’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합니다. 기존의 중전철 시스템 대신, 소형 경량 차량을 기반으로 보다 경제적이고 민첩한 형태를 선택한 것입니다.

2018년, 서울시와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간의 실시협약이 체결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이 시작됩니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로템, 두산건설, 금호산업, 갑을건설 등이 참여하며 시공과 운영의 기반이 마련됩니다. 그리고 2021년 7월, 드디어 첫 삽이 떴습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이면 동북선이 서울의 지도 위에 실제 선로로 그려질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2027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디를 지나고 무엇을 연결하는가

동북선은 왕십리역에서 상계역까지 총 13.4km의 구간을 잇습니다. 16개 정거장1개의 차량기지가 계획되어 있으며, 주요 환승 지점도 포함되어 있어 연결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왕십리역에서는 2호선, 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과 연결되며, 제기동역에서는 1호선과 환승이 가능합니다. 중간 정거장인 고려대역은 6호선, 종착지인 상계역은 4호선과 이어집니다.

전체 노선은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우이신설선 및 신림선과 유사한 방식이 적용됩니다. 정거장마다 엘리베이터와 스크린도어가 설치될 예정이며, 도시철도에서 기대되는 기본적인 편의성은 충분히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주 색상은 서울시 전통 10대 색상 중 하나인 **단청빨간색(진홍색)**으로 지정되어,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도시 디자인적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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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소외에서 중심 축으로

서울 동북권은 오랫동안 교통 소외 지역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기존의 철도망이 동남권, 강남권에 집중된 탓에 이 지역 주민들은 매일 긴 시간의 통근과 통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동북선이 개통되면 이 문제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현재 왕십리에서 상계까지 버스로 이동하면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는데, 동북선을 이용하면 25분이면 충분합니다. 단순히 시간 단축을 넘어, 삶의 질을 바꾸는 변화입니다.

또한, 이 노선은 총 8개의 지하철 노선과 환승이 가능해 서울 전체 교통망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단일 지역을 위한 노선이 아니라, 서울 전체의 교통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넘어야 할 산들: 낮은 진척률과 재정 압박

이처럼 긍정적인 기대가 많은 노선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5년 1월 기준 공사 진척률은 49.3%. 이는 계획 대비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공사 기간의 중반을 지나고 있음에도 반밖에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단순한 일정 문제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를 암시합니다. 이는 자금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현재 동북선경전철(주)은 2천억 원 규모의 적자에 직면해 있으며, 그 원인으로는 자재비 상승, 공사구간 내 민원 대응, 기존 지장물 이설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투자자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공사 일정에 영향을 주고,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는 구조입니다.

과거 논란과 현재의 수렴

동북선을 둘러싼 논란은 비단 현재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중전철로의 전환 요구도 있었습니다. 수인분당선과 직결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논란은 용두역 인근을 통과하면서도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분명히 운영 효율성과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아쉬운 지점입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들은 대부분 사업 초기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결정된 사안이기에 지금 시점에서의 수정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완공 이후, 무엇이 바뀔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북선이 개통되면 서울 동북권의 생활 반경과 생활 리듬은 눈에 띄게 바뀌게 됩니다. 출퇴근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대학교 접근성 개선, 상권 활성화, 부동산 가치 상승 등 연쇄적인 효과가 예상됩니다.

이 노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도시 안의 경제적 중심축을 새로 구성하는 인프라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비단 동북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중요한 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은 과제와 그 방향

2027년 11월, 지금으로부터는 2년 5개월 정도 남아 있습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지가 관건입니다.

서울시와 건설사는 남은 기간 동안 공사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며, 자금 운영에 있어서도 보다 신속하고 투명한 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동시에 시민들과의 소통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장기간의 공사로 불편을 겪고 있는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적극적인 민원 대응과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동북선은 완공 후에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유효한 약속

동북선 경전철은 여전히 서울 동북권 주민에게 가장 유효한 약속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그 약속의 시간이 미뤄졌을 뿐입니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이 노선이 품고 있는 가능성과 상징성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예정된 시간 안에 공사가 완공되고, 그 위를 처음 열차가 달릴 날을 기다리는 수많은 시민의 기대는 줄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조금 늦어졌지만, 그 선로는 여전히 미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서울 동북부의 새로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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