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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선, 반쪽의 영광을 쫓다

lifepol 2025. 6. 20.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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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선, 반쪽의 영광을 쫓다

서해선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의 분위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충청남도 홍성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단 한 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 미래 교통의 비전은, 그야말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꿈과 같았습니다. 단순한 철도 하나가 아니라, 충청권과 수도권을 하나로 묶어내는 대동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서해선은 개통했지만, 지금도 어딘가 미완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꿈의 서막은 화려했다

서해선은 처음부터 야심 찬 계획이었습니다. 단순히 홍성에서 서울로 가는 철도 하나가 아니라, 교통의 사각지대였던 충청권을 수도권과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지역 경제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고, 수도권과의 교류도 활성화될 거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첫 구간은 2018년 안산 원시역과 부천 소사역 사이가 열리며 출발했습니다. 이후 2023년에는 소사역과 대곡역을 잇는 구간이, 최근에는 홍성에서 서화성까지의 구간이 개통되며 어느 정도 전철망의 틀이 잡히는 듯했습니다. 언뜻 보면 계획대로 잘 굴러가는 듯했지만, 실상은 겉보기와는 달랐습니다. 서해선은 중심이 뚝 끊긴 채, 제대로 된 흐름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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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긴 허리, 그리고 신안산선

서해선이 ‘반쪽짜리’로 불리는 결정적인 이유는 신안산선과의 연계 실패 때문입니다. 원시역에서 서화성역까지, 즉 서해선과 신안산선이 노선을 공유하는 핵심 구간이 아직 공사조차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4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2026년 말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신안산선이 민자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비롯됐습니다. 처음에는 공공 주도로 진행되던 사업이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서 사업 범위가 축소되고, 그 결과 신안산선 사업자가 서해선의 일부 구간 공사까지 맡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된 것입니다. 특히 송산 차량기지 공사 일정과도 엮이면서 공사 전반이 꼬이기 시작했고, 서해선은 이를 따라 함께 발이 묶였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예견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안산선의 일정 지연 가능성을 경고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는 서해선과 신안산선을 별도 사업으로 구분했고, 일정 조율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만약 서해선 사업자가 해당 구간을 직접 맡았다면 지금쯤 개통됐을지도 모릅니다.

여의도행은 어디로?

더 큰 문제는, 원시-서화성 구간이 언젠가 개통되더라도 홍성에서 여의도까지 한 번에 갈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초기 홍보는 여의도까지 직통이라는 장밋빛 비전을 내세웠지만,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며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일반 열차가 서울 도심까지 진입할 수 없도록 설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경로는, 열차가 김포공항을 거쳐 서울로 가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김포공항역은 전국에서 가장 깊은 역 중 하나로, 5개 노선이 교차하는 초복잡 환승지입니다. 환승에 드는 체감 시간과 불편함은 상당하며, 많은 이용객들이 환승을 기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서해선 열차는 지하 구간 중 김포공항역과 초지역, 단 두 곳만 정차합니다. 서울로 가기 위해선 초지역에서 4호선으로, 김포공항역에서는 9호선이나 공항철도로 갈아타야 합니다.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혼잡한 환승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큽니다.

고속이라더니 느릿느릿, ITX-마음

서해선에는 ‘ITX-마음’이라는 이름의 열차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열차가 시속 250km로 달릴 수 있으며, 기존 새마을호보다 1.6배 빠르다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속도를 낼 기회조차 없습니다. 노선 자체가 중간중간 끊겨 있고, 도심 구간에서는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열차는 이름만 고속일 뿐, 실제 운행에서는 고속열차로 분류되지도 않습니다. 이용객들이 기대했던 빠른 이동은 사라지고, 결국은 느릿느릿한 일반 열차의 불편함만 남습니다. 한 시간 이내에 서울 도착이라는 약속은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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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버스? 미봉책에 불과

신안산선 개통이 지연되며, 정부는 서해선과 수도권 전철 간 단절을 임시로 메우기 위해 초지역과 서화성역 사이에 셔틀버스를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셔틀버스는 속도 면에서도, 편의 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편도 약 30분이 걸리는 시간도 문제지만, 홍보 부족으로 이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서화성역 일대는 인프라가 전무한 허허벌판입니다. 대기 공간도 마땅치 않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의 미봉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다른 ‘희망 고문’의 시작

정부는 이제 또 다른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약 6800억 원을 들여 서해선을 경부고속선과 연결하고, 서울역 또는 용산까지 직통으로 운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홍성에서 서울까지 48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장밋빛일 뿐,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큽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고, 순조롭게 진행돼도 착공은 2026년, 완공은 2030년입니다. 그 사이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결국 이 계획 역시 충청권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희망 고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도 불모지, 충청권의 고민

충청권은 철도 인프라가 취약한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수도권이나 영남권, 호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철도망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운 구조입니다. 서해선은 그런 충청권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었던 노선이지만, 현재로선 ‘반쪽짜리 혁신’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의 정책 실패, 관리 부실, 설계 변경, 그리고 사업 간의 연계 부족이 겹쳐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생명선입니다. 그만큼 정책적 일관성과 행정력, 그리고 신중한 사업 설계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들

서해선이 진정한 의미의 대동맥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시급합니다. 첫째, 원시-서화성 구간을 조속히 개통할 수 있도록 신안산선과의 연계를 제대로 조율해야 합니다. 둘째, 서울 도심으로의 직통 노선을 확보해, 열차가 환승 없이 중심부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설계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운영 중인 셔틀버스 같은 임시 대책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합니다.

서해선은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는 노선입니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실화된 인프라가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되려면, 그 뒷받침이 될 철저한 계획과 실행력이 필수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망만 말할 게 아니라, 그 희망이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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