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전쟁의 서막, 써클은 진짜 '승자'인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뜨겁다.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인 조정을 겪는 와중에도,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만큼은 예외처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써클(Circle, CRCL)**이 있다. 써클이 발행하는 USDC는 이미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많은 투자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치솟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며, 아직 끝을 알 수 없는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다. 써클은 이 치열한 전장에서 과연 어떤 위치에 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써클의 사업 구조, 수익 모델, 시장 환경, 경쟁자들, 그리고 앞으로의 기회와 위협까지 꼼꼼히 짚어본다.
써클, 스테이블 코인의 중심에 서다
써클은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USDC를 발행하는 기업이다. USDC는 기존 암호화폐가 가지는 가격 변동성을 억제하면서,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25년 6월, 써클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상장 첫날 주가는 무려 168% 급등했으며, 이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는 써클의 기본적인 수익 모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쉽게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이자는 넘치고, 이익은 부족하다
써클의 매출은 놀라울 정도로 크다. 2024년 기준, 무려 16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 중 99%는 USDC 예치금으로 운용한 자산에서의 이자 수익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국채와 같은 단기 저위험 자산에 투자한 수익이다. 하지만 그렇게 큰 매출을 올리고도, 순이익은 고작 1811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말은 곧 ‘매출은 많은데, 남는 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수익 구조가 지나치게 이자율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위험하다. 만약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써클이 얻는 수익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금리가 1.5%만 낮아져도, 써클의 연간 순이익은 3000만 달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즉,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은 사라지고, 써클의 기업가치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비용 구조: 코인베이스가 가져가는 몫
써클은 코인베이스(Coinbase)와의 협업을 통해 USDC를 유통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꽤나 크다. 2024년 한 해 동안, 써클이 벌어들인 16억 달러 중 10억 달러 이상이 코인베이스와의 수익 분배와 각종 운영 비용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USDC 예치금 이자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며, 플랫폼 내 수익도 독점하고 있다. 이 구조는 써클의 독립적인 수익 창출을 가로막는 주요한 걸림돌이다.
이처럼 수익은 대부분 외부로 유출되고, 내부에 남는 것은 많지 않다. 써클이 진정으로 자립적인 성장을 하려면, 현재의 파트너십 구조를 재정비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쟁 구도: 테더, JP모건, 빅테크의 그림자
현재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여전히 **테더(Tether, USDT)**다. 시장 점유율만 해도 67%로, 써클의 27%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클이 주목받는 이유는 투명성과 규제 준수 때문이다. 써클은 매달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예치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모든 자산이 미국 국채 또는 현금으로 보유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써클을 위협하는 경쟁자는 테더뿐이 아니다. JP모건은 이미 자사 스테이블 코인 JPMD를 출시했으며, 막대한 자본력과 기존 금융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애플,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나선다면,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진다. 그들이 보유한 결제 네트워크와 사용자 기반은 써클이 감히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비자, 마스터카드 같은 전통적인 결제 기업들도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플랫폼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페이가 자체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하면, 카카오톡 사용자 5000만 명이 잠재 고객이 되는 셈이다.
규제의 변화: 기회와 위협의 양날검
2025년 6월, 미국 상원은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 Act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에게 1:1 예치금 비율 유지, 월별 외부 감사, 은행 수준의 규제를 요구한다. 써클은 이미 이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은 써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테더와 같이 규제가 미흡한 발행자는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이 법안은 동시에 빅테크와 금융기관의 시장 진입 허들을 낮추는 효과도 낳는다. 자금과 인력을 풍부하게 보유한 대형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며, 이는 써클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GENIUS Act는 써클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위협이다.
고금리 환경의 특수 효과
스테이블 코인은 현재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은행보다 더 매력적인 이자 수익을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은행 예금 이율이 2-2.5% 수준인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국채 수익률 4-4.5%를 일부 사용자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써클은 이자 수익 중 일부를 수수료로 차감하고, 나머지를 USDC 보유자에게 분배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예금 이자율이 낮은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이 모델은 써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JP모건, 비자, 국내 빅테크 등도 유사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결국, 이자 수익은 스테이블 코인 전체 시장에서 ‘경쟁의 표준’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진짜 정체
겉으로는 ‘빠르고 안전한 디지털 결제 수단’이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US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은 그 예치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이는 곧 미국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고,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확대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 패권을 유지하고 글로벌 금융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일부로 보인다. 이 점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도구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버블인가, 미래인가: 써클의 주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써클의 주가는 IPO 이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첫날 31달러에서 83달러로 마감했고, 이후 24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투자자들이 써클의 잠재력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수익 구조와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주가 상승이 반드시 ‘정당한 평가’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특히 PER(주가수익비율)이 700배에 달할 정도로 과열된 상태에서,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없이 이 상승세가 유지되긴 어렵다. 과거 NFT나 메타버스가 겪은 거품을 떠올려보면, 현재 써클 주가에도 일정 부분 ‘테마주’ 성격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전략
써클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몇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주가는 단기 수급에 크게 영향받는 구조이므로, 기술적 분석이 중요할 수 있다.
둘째, 장기 투자자라면 이자율 전망, 규제 변화, 경쟁 환경, 수익성 개선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셋째, 금리 인하 리스크에 대비해 역방향 ETF, 현금 비중 조절, 분산 투자 전략 등을 병행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론: 써클의 미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써클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두주자 중 하나다. 그러나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경쟁자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법과 제도의 변화, 기술 혁신, 글로벌 자본의 흐름, 그리고 사용자 신뢰라는 네 가지 요소가 써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현재의 주가 상승은 ‘미래에 대한 기대’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그 기대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조정은 불가피하다. 스테이블 코인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중심에 써클이 계속 설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선택과 전략에 달려 있다. 지금은 그저 ‘뜨거운 시작’일 뿐이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직금은 잊어라, 연금 시대다!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빅체인지 완전 해부 - 퇴직연금공단 설립 (1) | 2025.06.25 |
---|---|
레이 달리오, “경기침체보다 더 나쁜 일이 올 수 있다” – 지금 세계가 직면한 진짜 위기 (2) | 2025.06.24 |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후 부채탕감 관련 발언 정리 (1) | 2025.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