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부활, 장위 8구역의 거대한 반격
성북구 장위동의 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와 논쟁, 좌절과 희망을 오간 장위 8구역이 이제 본격적인 재개발 추진 단계에 진입하면서, 한때 '반쪽짜리 뉴타운'이라는 오명을 썼던 장위뉴타운의 중심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단순한 재개발이 아니다. 이는 서울 동북부 전체의 생활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시작이다. 지금, 그 흐름을 따라가본다.
착공 초읽기, 장위 8구역이 달아오른다
2025년 2월 4일, 장위 8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삼성물산이 선정되었다. 시공사 선정을 통해 사업의 뼈대가 마련되었고, 이는 본격적인 공사 착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삼성물산은 성북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고품질 아파트 단지 조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24년 1월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장위 8구역과 9구역의 공공사업시행자로 지정되었다. 이는 공공재개발의 핵심 가치인 투명성과 안정성 확보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같은 달 29일, 지용재 준비위원장은 성북구청과 SH를 수시로 찾아 협의를 이어가며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비구역 지정은 이미 2023년 12월 28일 완료되었고, 시공사 선정까지 끝난 현재, 장위 8구역은 실질적인 착공 전 단계에 서 있다. 주민들에게는 낡은 골목과 노후 주택이 사라지고, 새로운 삶의 무대가 펼쳐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장위뉴타운의 심장, 장위 8구역
장위 8구역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85번지 일원, 총 면적 12만1,634㎡에 달하는 공공재개발 지역이다. 이곳은 장위뉴타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심에 위치한 핵심 구역으로, 지상 48층, 최대 높이 150m의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공급 물량은 2,846가구, 이 중 784가구는 공공주택으로 배정되어 다양한 소득 계층이 함께 어울리는 주거 공간이 조성된다. 용적률은 최대 300%로 설정되어 공간 활용도도 극대화된다. 돌곶이로를 중심으로 한 도시 기반시설 확충도 예정되어 있어, 주거 환경 개선과 함께 교통 및 편의 인프라 확장이라는 다층적 효과도 기대된다.
굴곡의 연대기, 장위 8구역이 지나온 길
2005년, 장위뉴타운은 서울시가 발표한 35개 뉴타운 중 최대 규모로 지정되었다. 당시만 해도 ‘미니 신도시’로 불릴 만큼 기대가 컸으며, 장위 8구역은 그 중에서도 중심축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장위뉴타운 전체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언덕 지형으로 사업성이 낮은 돌곶이로 서측 지역에 위치한 장위 8구역은 주민 간 갈등이 치열해졌고, 재개발의 동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잇단 구역 해제가 이어졌다. 장위 12, 13구역에 이어 8, 9, 11구역이 2017년에, 15구역이 2018년에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었다. 장위 8구역 역시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 임기 말에 돌곶이로와 공원부지를 중심으로 개발행위 허가가 제한되며 재정비촉진구역 자체가 해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 인해 장위뉴타운 전체 면적은 절반 수준인 91만8,901㎡로 축소되며 ‘반쪽짜리 뉴타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되었다. 2021년, 장위 8구역과 9구역이 공공재개발 촉진계획을 통과하며 정비구역으로 재지정되었고, 2023년 12월에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최종 완료되었다. 이어 2024년 1월, LH와 SH가 공식 사업시행자로 나서며 개발은 탄력을 얻었고, 2025년 2월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낙점되면서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 정리
장위 8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은 착공 직전 단계까지 와 있다. 핵심 지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사업 면적: 12만1,634㎡
- 신축 가구 수: 총 2,846가구 (공공주택 784가구 포함)
- 용적률: 최대 300%
- 건물 높이: 지상 48층 (최고 150m)
- 시공사: 삼성물산 (2025년 2월 4일 선정)
- 예상 완공 시점: 2027년 말
사업은 추진위원회 승인,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모든 전 단계를 완료한 상태이며, 향후 주민 동의와 행정절차만 원활히 진행된다면, 무리 없이 착공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성북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장위 8구역의 파급 효과
장위 8구역 공공재개발사업이 성북구에 미칠 영향은 단순한 '아파트 신축'을 넘어서 전방위적이다.
1. 주거환경 개선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면서 생활 수준 전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주택 비율이 784가구에 달하는 점은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도시계획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 교통망 개선
장위 8구역과 9구역 재개발을 통해 돌곶이로 도로 확장이 가능해진다. 이 도로는 장위뉴타운 동서측을 연결하는 축으로, 교통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기반시설 확충
도서관, 공원 등 부족했던 공공시설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주거환경뿐 아니라 지역의 문화·교육 인프라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4. 지역경제 활성화
대규모 건설 사업은 공사 기간 동안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으며, 완공 후에는 상권 유입과 서비스업 확산으로 지역 경제의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5. 부동산 가치 상승
장위 8구역 인근에는 이미 입주를 마친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와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939가구, 34평 기준 매매가 약 10.5억 원)가 위치해 있다. 새로운 고층 단지 조성은 이들 단지와 함께 지역 부동산 시장을 상승 국면으로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 개발 호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
장위 8구역은 단독으로만 의미 있는 구역이 아니다. 이와 함께 움직이는 인접 지역들의 개발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위 9구역 공공재개발
장위 8구역과 맞닿아 있는 장위 9구역도 공공재개발로 지정되어 8만4,248㎡ 면적에 2,23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 763가구는 공공주택으로 책정되며, 역시 지상 48층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다. 두 구역이 동시에 개발될 경우 총 5,076가구의 초대형 주거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장위 15구역 재개발
정비구역 해제로 중단되었던 장위 15구역도 2021년 소송 승소 후 2022년 3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상월곡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이 구역은 3,318가구의 대단지로 계획되어 있으며, 장위뉴타운 남부축의 또 다른 중심지가 될 수 있다.
돌곶이로 도로 확장
8구역과 9구역 재개발로 돌곶이로 도로 확장이 실현되면 장위 전체의 교통 흐름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도로 공사를 넘어 지역 전체의 생활동선 구조를 혁신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북서울꿈의숲과의 연계
장위뉴타운은 북서울꿈의숲과 인접해 있다. 이 대형 공원과의 연계는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녹지는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선 경전철 효과
계획 중인 동북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장위뉴타운 전역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새로운 대중교통망은 직장인 수요, 학군 수요와 맞물려 부동산 가치에 또 한 번의 불을 붙일 수 있다.
끝맺으며: 장위 8구역,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도시의 재구성
장위 8구역의 부활은 단순한 아파트 단지의 건설로 끝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는 오랜 침체와 갈등을 딛고 일어선 성북구의 자존심이며, 서울 동북부가 다시 도시 성장의 무대에 오르는 신호탄이다.
정비구역 해제라는 좌절을 겪었지만, 다시금 공공재개발이라는 명확한 틀 속에서 추진력을 얻은 장위 8구역은 삼성물산이라는 강력한 시공 파트너와 함께 새로운 도시의 기준을 만들 준비를 마쳤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실제로 착공과 완공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공공성과 민간 역량, 행정적 지원과 주민의 협력이 어우러질 때, 장위 8구역은 진짜 도시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성북구의 미래를 주목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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