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워렌 버핏 회장의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 있었습니다. 60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전설적인 투자자가 물러나겠다는 발표는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과 동시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버핏의 은퇴 선언과 함께 주주총회에서 공개된 실적, 시장에 대한 통찰, 그리고 향후 버크셔의 방향성에 대해 재테크 관점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버핏, 은퇴를 선언하다… 후계자는 그렉 에이블
워렌 버핏은 올해 안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새로운 CEO는 현재 부회장인 그렉 에이블로 확정됐습니다. 버핏은 “그렉은 나보다 더 잘할 것”이라며 신뢰를 드러냈고, 자신은 버크셔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차차 기부 형태로 처리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이로써 60년 가까이 이어온 버핏의 리더십은 올해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사회 일원으로 남아 회사를 조언하는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488조 원의 현금,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이유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무려 3,470억 달러, 한화 약 488조 원에 달합니다. 1분기에도 14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현금 보유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막대한 자금을 아직 본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버핏은 “좋은 투자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처럼 대규모 인수나 공격적인 매수를 하지 않는 것은 현재 시장이 과열되어 있거나 적절한 가격에 매력적인 자산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는 보험과 에너지 부문… 실적은 감소
이번 1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습니다. 보험 부문은 전년 대비 48% 감소한 13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전체 보험 이익은 18% 감소했습니다. 특히 초대형 산불로 인해 11억 달러의 손실이 반영되었고, 이는 전력망과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직면한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이기도 합니다.
반면, 철도 부문은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며 12억 달러, 전년 대비 6% 늘어난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전체 영업이익은 14% 감소한 96억 달러에 그치며 전반적으로 실적은 하락세에 놓여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중단… 이유는 ‘세금 부담’
버크셔는 최근 자사주 매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는 단순한 전략 변경이 아닌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영향입니다. 해당 법안에 따라 자사주 매입 시 1%의 소비세가 부과되면서, 버핏은 주주 이익을 고려해 시장에서 자산을 사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버핏은 여전히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자사주 매입이나 투자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우선시하는 철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관세 정책 비판과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
워렌 버핏은 이번 주총에서도 관세 정책과 무역 보호주의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지적하며 “관세를 무기로 삼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잘되는 것만 자랑할 일이 아니라, 전 세계 75억 인구가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자랑이 아니라 리스크”라며 지정학적 안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투자에 대한 확신
많은 투자자들이 궁금해했던 일본 상사들에 대한 투자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버핏은 “50년 동안 팔지 않을 계획”이라며, 일본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엔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 우려에 대해서도 “별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습니다.
AI·자율주행 투자? “아직은 이르다”
AI와 자율주행에 대한 질문도 주총에서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버크셔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부회장인 아지트 자인은 “모두가 쫓는 유행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며, 게임 체인저가 나타날 경우 공격적으로 대응하겠지만 지금은 움직일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산불 리스크와 인프라 구조의 변화
미국의 초대형 산불은 보험업뿐만 아니라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사업 전반에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그렉 에이블 차기 CEO는 “산불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공익적 성격의 사업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버크셔의 사업 구조가 일부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워렌 버핏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경영 교체를 넘어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시각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버크셔가 겪고 있는 실적 부진과 정책적 제약 속에서도 여전히 무려 488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거대한 투자 집단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의 철학을 이어받은 후계자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투자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번 워렌 버핏의 마지막 주총은 단순한 이슈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투자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버핏식 투자 철학’이 더욱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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